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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능요원 훈련소 후기

Synkc 2020. 6. 22. 22:5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월 7일부터 6월 4일까지 4주동안 논산 훈련소를 다녀왔는데, 훈련소 입소를 앞둔 분들께 참고할만한 글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병무청에서 날라온 한통의 문자

프로젝트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열심히 일하다가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병무청에서 문자 하나가 날라왔습니다.

일자 확정 후 리마인더도 무려 2번씩이나 해줍니다

원래대로라면 병특 편입 후 1년 안에 본인 선택으로 날짜를 지정할 수 있는데, 회사 스케쥴이 가닥이 안잡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와중 병무청이 직접 날짜를 점지해줬습니다.

언젠가는 가야했고 한달동안 부재하는게 걱정이 좀 되었는데, 같이 밥을 먹고 나온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날짜 괜찮네. 마감하면 그때 널널할거 같은데 다녀와~

라는 답변과 함께 훈련소 입소 날짜가 확정이 되었습니다.

🗓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밀려있던 개발건을 후다닥 진행하고, 인수인계를 계속 진행하다 보니 벌써 입소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저는 모니터에 군사교육소집 통지서를 남긴체 훈련소 입소 전 마지막 퇴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물

awesome-nonsan 과 나무위키의 기초군사훈련 항목을 훑어보면서 준비물을 챙겼습니다.

머리도 시원하게 9mm로 다 밀었습니다

제가 챙겨간 준비물들은,

  • 신분증 + 나라사랑카드 + 신용카드
  • 나라사랑카드가 있는데 신용카드를 추가로 챙긴 이유는 연결된 통장도 다르고, 제가 입소한 중대에서는 나라사랑카드를 입소때 찍고 다 걷어간 뒤 PX 이용할때 돌려줬습니다. 신용카드 여분 하나 남겨서 관물대에 짱박아두면 공중전화나 PX에서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 손목시계 (카시오 3만원짜리)
    심심할때 버튼 누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적당히 저렴한거 하나 사서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 주말에 진짜 시간이 안갑니다. 사놓고 못 읽었던 소설책과 코딩인터뷰 완전분석 이라는 책을 들고가서 읽었습니다.
  • 이어플러그
    사격때 주긴 하는데, 보급품이라 품질이 구립니다. 다이소에서 3M 이어플러그 하나 사가시면 코고는 전우들을 무시하고 잘 수 있습니다.
  • 연락할 사람들의 전화번호
    전화포상 받고 멍때리고 싶지 않으면 적어가는게 좋습니다.
  • 보조배터리
    병특은 휴대폰을 걷고 수료할때 나눠주는데, 100% 였던 휴대폰이 4주가 지나니 30%가 되어있었습니다. 보조배터리를 하나 챙겨가면 꺼진 폰 들고 집까지 갈 일은 없어 안심이 됩니다.
  • 삼푸, 폼클렌징, 위장크림, 로션, 선크림, 면봉, 무릎 보호대, 볼펜 등
  • 캐리어
  • 무조건* 챙겨가세요. 24인치 캐리어 하나면 보급품 싹 담아서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 캐리어 들고가면 나만 캐리어 들고왔나 이러면서 창피해지는데, 다른 전우들은 신경도 안쓰니까 그냥 챙겨가시는게 좋습니다.

호 국 요 람

이 문을 마주하는 순간 온갖 욕설이 머리속에 가득찹니다. (사진 출처 : 나무위키)

이 문앞에서 파는것들은 우표말고는 별로 필요한게 딱히 없습니다. 준비물 챙기실때 사시는게 가격도 싸고 품질도 훨씬 좋습니다.

입소 당일 논산역 근처에서 밥을 먹고, 입영심사대로 향했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제 기수는 입소식과 수료식을 진행하지 않아서, 배웅하러 오신 부모님은 아쉽지만 작별인사를 나누고 제가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끌벅적한 시국에 한 생활관에 최소 13명을 우겨넣고 생활하니, 더 깐깐하게 사람들을 걸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신천지 신도인지, 오기 전 위험지역을 방문했는지, 열은 없는지 체크까지 진행 후 1차 분류를 진행합니다.

분류 후 생활관까지

전국에서 엄청난 인원 (의무소방, 의무경찰, 공익근무, 산업기능)이 모인지라 복무 지역과 복무 형태로 각각 배정된 자리에 앉아 대기하면 해당 자리 담당하시는 분대장님들이 옷핀에 번호가 담긴 레자를 하나씩 나눠주는데, 입고 온 사복에 달면 됩니다.

중대가 정해지고 인솔하에

고통의

파란육교를 건너고 약 15 ~ 20분가량을 걷게 되면 생활관이 있는 연대 건물에 도착하게 됩니다.

생활관

짐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내고, 보급품을 받아가며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갑니다. 생활관에서 만난 전우들은 4주동안 계속 같이 생활하는 전우들이며 통성명을 간단히 하며 친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훈련할때 입게되는 B급 전투복을 맞추게 되는데, 만약 관물대에 걸려있는 전투복이 나랑 완전 사이즈가 안맞으면 다른 소대에 들락거리면서 맞는 사이즈를 찾을때까지 계속 돌아다니면 됩니다. 그래도 못찾으면 분대장들이 가져다 주는 박스에서 적당히 맞는 사이즈를 꺼내가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취침시간이 되었는데, 간단하게 중대장님이 방송을 하시고 목이 엄청나게 불편한 베개에 적응하며 잠을 자게 됩니다.

기상 기상하십쇼

의외로 못 일어날 것 같은데, 저 짜증나는 나팔소리에 바로 잠이 달아납니다. 침구류를 간단히 정리하고 예방주사도 맞고 어제 못받은 보급품들을 마저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번호가 앞쪽 번호라면 불침번을 하게 되는데, 마의 2 ~ 4시 구간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불침번이 끝나고 잠을 자도 다음날 좀비가 되어 일어나게 되는데, 저 구간에 안걸리길 기도하면 되겠죠?

금요일에는 빵식(aka 군대리아)가 나옵니다. 제가 있던 연대는 삶은 달걀이 아니라 무려 달걀후라이를 줬는데 나름 맛있게 토핑까지 얹어서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개선된 빵식이라고 해서 버터도 발라 먹을 수 있습니다. (더 맛있음)

📷 

다음날 홈페이지에 올라갈 사진을 찍게 되는데, 베레모 각을 이쁘게 잡는게 포인트입니다. 얼빵하게 쓰게 되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재미있긴 하지만 이 사진은 나중에 출력해서 주는거라, 이왕 찍는거 이쁘게 찍으면 사진 받았을때 기분이 더 좋습니다.

물론 사진찍는건 금방금방 끝납니다. 자리잡고 전체 사진 찍고 3초후에 바로 프로필 사진도 마저 찍은 뒤 바로 생활관으로 복귀합니다.

훈련

대충 3일정도가 지난 뒤에 총을 지급받고 훈련을 시작하게 되는데, 간단히 훈련마다 난이도를 적었습니다.

제식훈련

난이도 ★
생활관 근처에 있는 연병장에서 훈련을 받게 됩니다. 맨손제식 (차렷/열중쉬어/쉬어/편히쉬어), 총기제식이 있는데 그냥 앞에서 분대장이 하는거 똑같이 따라하면 됩니다.

정신교육

정훈평가 탈락하면 빨갱이라고 놀립니다

난이도 ★
연대장님이나 교육대장님이 직접 교육하는 경우도 있고 중대장님이 간단하게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훈평가

정훈평가 보기전에 브라운북(사람들끼리는 똥책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칙은 신병교육 가이드북) 대충 펼쳐서 쭉 읽은 다음에 내용 꽉꽉채워서 글 쓰면 대부분 통과합니다.

사격

난이도 ★★
4주 훈련중 가장 재미있는 훈련입니다. 무섭다고 쪼는 경우가 있는데 몇발 쏘면 익숙해집니다.

PRI라고 바둑알 올려놓고 방아쇠 당기는 훈련이랑 탄착군 형성이라는 훈련들도 하는데 이거 잘하면 나중에 사격할때 탄이 덜 튑니다. 그리고 사격 전날에 저녁점호 시간에 총기 닦는 시간을 주는데 이때 열심히 닦으면 사격장에서 탄이 걸리거나 총 탓을 그나마 덜 할 수 있습니다.

영점사격

한 20분정도 걸어야 합니다.
5발씩 3번 쏘는데 심사용 원 크기에 특정한 사격 횟수가 들어가 있으면 합격입니다.

기록사격

한 30분정도 걸어야 합니다.
엎드려 쏴와 입사호 쏴를 각각 10발씩, 합쳐 20발을 쏘는데 10발만 맞추면 통과이며 100m와 200m까진 그나마 보이는데 250m는 그냥 안보인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표적만 열심히 맞추면 됩니다.

화생방

(코로나) 난이도 ★

원래대로라면 가스실을 가는게 맞지만 이것도 코로나 때문에 방독면을 쓰고 벗는 방법과 9초안에 쓰고 벗을때까지 계속 연습했고,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기 전까진 계속 이런식으로 훈련할 것 같습니다.

방독면을 지급받고 알콜솜 하나를 같이 받는데, 이걸로 방독면과 살이 닿는 부분을 열심히 닦아야 합니다. 애매하게 닦으면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수류탄

안전고리는 손에서 놓으면 안됩니다.

난이도 ★

연습용 수류탄을 가지고 통곡의 다리를 건너 바로 앞에 있는 훈련장에서 투척훈련을 하게 되는데, 수류탄 던지기 전 수건을 가지고 연습할때 잘 따라하면 주말에 보충교육 받을 일은 없습니다.

체력검정

난이도 ★★★

체력검정은 1차와 2차로 나누어지며 1차는 불합격해도 보충이 없습니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1.5km 달리기 (1차 체력검정), 3km 달리기 (2차 체력검정) 이렇게 3가지씩을 진행하게 됩니다.

매일 책상에 앉아있는게 일상이다 보니 체력은 땅바닥을 기고 있었던 지라 오래달리기 할때의 느낌은 체감상 가장 힘들었습니다.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니 조끼 입고 같이 뛰어주시는 분대장님들이랑 페이스 맞춰가면서 뛰면 통과할 수 있습니다. 187명중 84등으로 들어왔었는데, 4급을 받았습니다.

만약 자신이 기흉이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열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흉 있는데 괜찮겠지 하고 뛰다가 응급실 실려간 사람을 직접 봤습니다. 열외한다고 소대장이나 분대장들이 뭐라 안합니다)

각개전투

난이도 ★★★★

훈련장 자체도 꽤나 멀고 군장까지 싸서 가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힘듬은 배가 됩니다. 만약 각개전투날 배식 담당이다? 정량 안지키면 마음의 편지함이 가득차는 기적을 볼 수 있습니다. 훈련 한바탕 뛰고 나면 옷이 온통 흙먼지와 진흙으로 오색칠갑이 되기 때문에 대충 털고 세탁추진 보낼때 같이 보내면 됩니다. 각개전투 전 후로 행군 훈련이 껴있기 때문에 더럽다고 관물대에 있는 전투복 전부 보내버리면 안됩니다 😟

행군

난이도 ★★★

코로나로 인해 행군도 칼질을 당했습니다. 원래는 훈련소 밖으로 걷는 코스도 있는데, 전부 칼질 당하고 논산 훈련소 담장을 따라 여러번 돌게 됩니다. 제가 있었던 연대의 경우에는 첫 바퀴에는 진짜 몸이 불편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완전 군장을 매고 돈 뒤 쉴때 군장을 내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경계근무

난이도 ★

생활관 단체로 단독군장을 매고 초소에서 1시간 정도 근무를 서게 되는데, 만약 당직소대장님이 유쾌하신 분들의 경우 썰을 풀어주시거나 가까운 무기고에서 간단히 교육을 하게 됩니다. 

퇴소기

지겨움 ★★★★★

이제 집을 갈 준비를 합니다. 보급품은 버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다 챙겨가야 하는데, 준비물에서 설명했다 싶이 큰 가방을 챙겨왔다면 캐리어 하나로 퉁칠 수 있습니다. 할일이 없기 때문에 분대원들이랑 마피아나 하면서 때우면 금방 시간이 안갑니다.


이것저것

논산병

훈련소에 오면 무조건 걸리는게 2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감기며 두번째는 변비 혹은 설사입니다. -_-

 

감기같은 경우에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지라 환자 없이 가나 했더니만 마지막 주차가 다가오니 한명 한명 걸려서 생활관 전체가 옮아 버렸습니다. 소금가글이랑 양치 꼼꼼히 하고 되도록이면 마스크 끼고 잡시다.

배식조

그저 지옥입니다. 각 소대별로 9일씩 나눠서 하는데, 제가 있던 소대의 경우에는 인원이 적어서 9일동안 배식을 했습니다. 심지어 배식 담당한 기간이 각개전투 + 행군이 끼어 있어 훈련 다녀오고 하는 배식의 참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

솔직히 훈련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짬통 > 식판 1/2차 세척 / 숟가락 + 컵 세척 / 3차 세척 / 나머지 순이긴 한데..
솔직히 뭐가 힘들고 따지는것보다 안하는게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종교활동

코로나 때문에 3주차부터 종교활동을 갈 수 있었는데, 배식조하면 종교활동 못갑니다. (분대장들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피곤하고 지치는데 종교활동 하러 30분 걷고 오자마자 배식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듯 합니다.

PX

달팽이 크림이나 골든크림이 유명합니다. 만약 PX 마지막 조로 걸렸다면 메뚜기때가 다녀간 밭 마냥 텅텅 비어있는 PX를 볼 수 있습니다. PX 이용할때 취식류 구매 제한이 있었는데, 적당히 100원 단위로 넘는건 그려려니 해주시니 아주머니께 계산받는게 좋습니다.

분대장/소대장/중대장 훈련병

매일 방송에서 찾고 불려나가고 귀찮습니다. 전화시간도 별로 없으니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부식

간식을 진짜 많이 줍니다. 육포부터 해서 초코하임 빅파이 콜라 레모나 등등등.. 과자류 하나도 안먹고 전부 집에 챙겨가시는 분도 계셨습니다.